우주 농업에서 물 재활용 기술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주는 물이 풍부한 공간이 아니다. 지구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물이, 우주에서는 극도로 귀중한 자원으로 취급된다. 특히 농업에서는 수분이 식물 생장의 필수 요소인 만큼, 제한된 물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반복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지가 우주 농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실제로 우주 농업은 지구와 달리 땅속 수분 보유력이 없고, 대기가 없어 물이 기화되거나 흩어지는 일이 일상적이다.
이에 따라 NASA, ESA 등 우주 기관들은 고도로 정밀한 물 재활용 시스템을 설계하여, 인간이 배출한 폐수와 식물 증산 작용에서 발생한 수증기 등을 회수하고, 이를 정화하여 다시 재배 시스템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자급형 물순환 구조를 구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우주 농업에서 물 재활용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원리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기술이 식물 생장과 생명 유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폐수 회수의 첫 단계: 인간·기계·식물에서 발생하는 수분 추출
우주 공간에서 물의 재활용은 모든 생활 활동에서 시작된다. 우주비행사의 호흡, 땀, 소변, 조리 활동, 식물의 증산 작용, 실험 장비의 냉각수 등에서 끊임없이 수분이 배출되며, 이 모든 수분은 폐수로 간주된다. 우주 농업 시스템에서는 식물 주변 대기에서 증산된 수증기까지도 회수 대상이다. 이를 위해 증기 응축 시스템(Vapor Condenser)이 작동한다. 이 장치는 대기 중 수분을 냉각 코일에 응축시켜 액체로 전환한 뒤, 정화 모듈로 이송한다. 동시에 우주비행사의 소변은 소변 처리 모듈(UPU, Urine Processing Unit)을 통해 암모니아와 기타 노폐물을 제거하고 정수된다. NASA의 국제우주정거장 ISS에서는 물 재활용률이 93%를 넘었으며, 미래의 우주 기지에서는 98% 이상의 회수율을 목표로 설계되고 있다. 이렇게 확보된 물은 아직 식물에 공급할 수 없고, 정밀 정화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정수 처리의 핵심: 다단계 필터링과 화학적 정화 기술
폐수나 응축수는 회수 이후 정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우주 농업에서 사용하는 정화 시스템은 일반적인 정수기 수준을 훨씬 초월하는 다단계 필터링과 정밀 화학 처리 기술이 핵심이다. 첫 단계에서는 기계적 여과 필터를 통해 큰 입자와 부유물을 제거한다. 다음으로는 활성탄 필터가 작동하여 냄새, 유기화합물, 일부 중금속을 흡착한다. 이후 역삼투압(RO, Reverse Osmosis) 장치를 통해 미세 입자와 용존 염류를 걸러내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외선(UV) 살균 혹은 과산화수소 처리를 통해 미생물과 병원균을 완전히 제거한다. NASA는 이 정화 기술을 WRS(Water Recovery System)라는 통합 플랫폼으로 관리하며, 수경재배 시스템과 직접 연결해 실시간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게 설계했다. 이 기술은 단순한 정수 기술이 아니라, 우주 생존을 위한 수분 안전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정제수의 분배와 작물에 맞춘 맞춤형 수분 공급
정화된 물은 모든 작물에 무차별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다. 수경재배 시스템에서는 각 식물의 종류, 생장 단계, 뿌리 구조에 따라 정확한 수분량과 공급 주기를 조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센서 기반 수분 제어 시스템이 작동한다. 각 식물 모듈에는 토양 수분 센서, EC(전기전도도) 센서, 수온 센서, pH 센서 등이 장착되어 있으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제어 알고리즘이 필요한 양의 물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드립 시스템 또는 패드형 급수 시스템을 통해 공급한다. 예를 들어, 상추는 뿌리가 얕고 수분을 자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짧은 간격으로 소량의 물이 공급된다. 반면, 콩이나 감자처럼 수분 저장 능력이 있는 작물은 긴 주기로 대량 공급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작물 맞춤형 수분 공급 전략은 물의 낭비를 막고, 생장 효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재활용된 물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우주 농업 기술 중 증산 회수 시스템과 완전 순환 구조의 완성
식물은 생장 과정에서 뿌리를 통해 수분을 흡수하고, 잎을 통해 수증기를 배출한다. 이 수분은 공기 중으로 흩어지면 손실이 되지만, 우주 농업에서는 이 증산 수분까지 재활용 대상이다. 이를 위해 농업 모듈 전체는 밀폐형 구조로 설계되며, 내부 공기는 지속적으로 순환된다. 공기 중 습도를 감지하는 센서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공기 순환 장치를 통해 수증기를 응축기(Condensation Unit)로 이동시킨 후, 응축수를 물 저장 탱크로 회수한다. 이 과정은 일반 대기환경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밀폐된 우주 농업 모듈에서는 가능한 고효율 회수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식물에서 발생한 수분의 80~90% 이상을 다시 사용할 수 있으며, 실제 ISS에서도 이 기술을 통해 물 손실 없이 지속적인 수분 공급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증산 회수 기술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완전 자급형 물순환 생태계의 필수 조건이다.
결론: 우주 농업의 핵심은 물의 완전 순환에 있다
우주 농업에서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순환의 연결 고리이다. 폐수 회수, 다단계 정화, 작물 맞춤 공급, 증산 회수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은 단 한 방울의 물도 낭비하지 않기 위한 첨단 기술의 결정체이다. 이 시스템은 우주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식물 재배를 가능하게 만들 뿐 아니라, 지구의 사막, 극지, 고층 도시형 농장 등에도 적용 가능한 미래형 농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물 재활용 기술은 우주 농업의 ‘보이지 않는 엔진’이며, 이 기술의 정교함이 곧 우주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물이며, 그 해답은 이미 우주 농업 속에서 구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