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자동화 화폐 도입이 세금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단순히 지폐나 동전을 디지털로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정부의 재정 운용과 세금 시스템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기존 세금 시스템은 다양한 복잡한 절차와 기관의 개입, 수동적인 납세자 행태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CBDC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거래의 실시간 기록, 자동화된 세금 징수, 납세자 정보의 정확한 수집 등이 가능해지면서 세금 제도는 보다 효율적이고 정교하게 바뀔 수 있다.

특히 탈세 방지, 과세 누락 최소화, 세무 행정의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 CBDC는 혁신적인 도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에서는 CBDC가 도입될 경우, 구체적으로 세금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술적, 행정적, 국민 생활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화폐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세금이라는 국가 기능의 근본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모든 거래의 디지털화로 인한 과세 투명성 강화
CBDC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 중 하나는 거래의 실시간 기록 및 추적 가능성이다. 기존 현금 거래는 익명성이 보장되어 과세 당국이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 소득은 탈루되거나 누락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CBDC가 도입되면, 모든 거래는 중앙은행 혹은 정부의 허가된 시스템을 통해 기록되기 때문에 소득 발생과 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가 현금으로 받은 매출은 세무서가 파악하기 어렵지만, CBDC 환경에서는 그 거래가 자동으로 기록되며,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의 실시간 파악이 가능해진다. 또한 부가가치세(VAT) 등의 간접세도 거래와 동시에 자동 계산 및 전송이 가능해져, 세금 누락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소득의 투명화를 유도하고, 조세 정의 실현과 공평한 세금 부과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CBDC 자동화 화폐로 자동화된 세금 징수 시스템 구현 가능
CBDC는 ‘프로그래머블 화폐’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 화폐 단위에 조건을 부여하거나 특정 기능을 자동으로 실행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세금 시스템에 적용하면, 과세 대상이 되는 거래가 발생한 즉시 세금이 자동으로 징수되거나 지정된 계좌로 자동 분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CBDC로 대금을 받으면, 일정 세율에 해당하는 소득세가 자동으로 분리되어 국세청 계좌로 이체되도록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부가가치세, 주민세, 지방세 등의 다양한 세목도 복잡한 계산 없이 시스템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자동화 시스템은 납세자의 세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정부의 세무 행정 비용과 인력 소모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기한 내 납세율이 올라가고, 고의적 체납이나 실수로 인한 누락이 줄어들면서, 전체 조세 수입의 안정성이 향상된다.
탈세 및 불법 자금 흐름에 대한 강력한 대응 수단
CBDC는 자금의 흐름을 중앙에서 직접 추적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탈세나 불법 자금 조성에 대한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대규모 현금 거래를 통해 세금을 회피하거나, 고의적으로 자산을 은닉하는 행위는 CBDC 환경에서는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특히 부동산 거래, 고가 미술품 거래, 개인 간 고액 송금 등 세무 사각지대에 있는 거래들도 CBDC 환경에서는 실시간으로 신고 및 추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로 인해 세무당국은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고 신속한 분석을 통해 세무 사기나 자금세탁 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국경을 넘는 자금 이동 역시 디지털 형태로 기록되므로, 국제 조세 협력을 통한 해외 탈세 추적도 보다 용이해질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조세 정의 실현과 조세 회피 방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납세 시스템의 개인 맞춤형 전환 가능성
CBDC가 가져오는 또 하나의 변화는 세금 시스템이 ‘개인 중심’으로 더 정밀하게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세금 제도는 표준화된 방식으로 대다수 국민에게 동일한 절차와 고지 방식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CBDC 기반의 시스템에서는 개인의 소득 흐름, 소비 내역, 가족 구조, 지출 패턴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세금 안내 및 자동 계산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어떤 납세자가 연중 일정 소득 이상을 벌었고, 일정한 의료비 지출이 있었다면, CBDC 시스템은 자동으로 공제 항목을 반영하여 세금 계산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자동차세, 주민세 등도 알림과 자동 납부 기능을 통해 납세 편의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납세자 입장에서 세금에 대한 불안과 복잡함을 줄이고, 자발적인 성실 납세를 유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동시에 정부 입장에서도 납세자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 설계와 세제 개편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
결론
CBDC는 단순한 결제 혁신이 아니라, 세금 시스템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다. 실시간 거래 기록, 프로그래머블 화폐 기능, 자동화된 세금 징수, 그리고 탈세 방지를 위한 추적 기술은 세무 행정의 효율성뿐 아니라 조세 정의 실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간편하고 투명한 세금 납부 환경이 조성되고, 정부는 보다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복지 정책, 긴급 재정 지출, 지역 재정 분배 등 모든 국가 재정 운영의 기본이 되는 세금 체계의 질적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기술적 오류, 보안 문제 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모든 거래가 기록되고 정부가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구조는 감시 사회로의 위험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CBDC 기반 세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술적 안정성, 법적 보완, 국민적 신뢰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CBDC는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정당하게, 공정하게, 효율적으로 걷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디지털 통화는 혁신이 아닌 불신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정책 설계자와 기술 개발자, 그리고 시민 모두가 이 변화에 대한 책임을 공유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