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CBDC 디지털화폐 실험 현황과 향후 계획
2025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은 비교적 빠른 시점부터 CBDC의 필요성과 기술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단계적인 실험과 검토를 진행해 왔다. 한국은 높은 디지털 인프라, QR 결제 보급률, 전자지갑 이용률 등을 고려할 때 디지털 화폐 도입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단순히 기술을 시험하는 차원을 넘어, 실제 상용화 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 방향과 시범 운영 준비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은행이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CBDC 실험을 진행해 왔는지, 어떤 기술과 민간 기업과 협력했는지, 그리고 2026년 이후 어떤 방향으로 디지털 화폐 정책을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디지털화폐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통화 시스템의 혁신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2단계 기술 실험: 한국은행의 CBDC 자동화 화폐 시범 사업 개요
한국은행은 2020년대 초반부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으며, 본격적인 실험은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다. 1단계 실험(2021년 하반기)에서는 디지털화폐의 기본 기능을 점검했다. 여기에는 ▲발행 및 유통, ▲이중지불 방지, ▲기본 결제 기능 등이 포함됐다.
2단계 실험(2022년)은 보다 실생활에 가까운 기능을 시험하는 단계였다. 이 실험에서는 ▲오프라인 결제 기능, ▲개인 간(P2P) 송금, ▲조건부 지급(프로그래머블 머니), ▲디지털 자산과의 연계 가능성 등을 테스트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실제 시중은행 및 핀테크 기업과 협업하여 가상 환경 내에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고, 이를 통해 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실제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적 조건이 무엇인지 평가하였다. 실험 결과는 비교적 긍정적이었으며, 기술적 구현 가능성과 응용성 측면에서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술 구조와 적용 방안: 허가형 블록체인 기반 설계
한국은행의 CBDC는 허가형 블록체인(permissioned blockchain)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이는 참여자(노드)를 엄격히 통제하고, 권한을 중앙에서 부여함으로써 보안성과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다. 기존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과 지정된 기관만이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국은행은 이 시스템을 통해 ▲거래 속도 확보, ▲보안성 강화, ▲에너지 효율성 확보 등의 효과를 기대했다. 특히 거래 승인과 검증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실시간 결제 및 소액결제 환경에 적합한 구조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 결제 기능에 대해서도 실험이 진행되었는데, 이는 인터넷 연결이 끊긴 상태에서도 스마트폰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재난 상황, 시골 지역, 통신 장애 상황에서도 CBDC의 보편적 접근성을 확보하려는 목표가 있다.
민간 기업과의 협업: 은행, IT 기업, 스타트업이 함께한 실험
CBDC는 중앙은행 혼자서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다양한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현실적인 기술 솔루션을 실험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 삼성 SDS, LG CNS, NH농협,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주요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디지털지갑 개발, ▲사용자 인증 시스템, ▲보안 모듈 탑재, ▲거래 처리 네트워크 구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의 기술을 접목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CBDC 오프라인 결제 기능을 시연하기 위해 보안칩(TEE)을 활용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간 NFC 기반 결제, 지문 인증을 통한 지갑 접근, 생체 인증 연계 기술 등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민관 협력 구조는 앞으로의 상용화 단계에서도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CBDC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파트너십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계획: 시범 운영 → 상용화까지의 로드맵
2025년 현재 한국은행은 CBDC 시범 운영 1단계를 완료하고, 제한적 환경에서의 실제 운영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이 테스트는 선정된 지역(예: 제주도, 세종시 등)에서 일부 상점과 금융기관, 공공서비스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상자는 제한된 국민으로 설정되며, 이를 통해 사용자 반응, 기술 오류, 보안 이슈 등을 점검하는 것이 목표다.
향후 계획은 다음과 같은 3단계로 구분된다.
2026년: 실제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적, 기술적 문제 보완
2027년: CBDC 사용처 확대 및 민간 참여 확대
2028년 이후: 금융시장 영향 평가 후 전면 상용화 여부 결정
한국은행은 CBDC가 기존 통화 정책을 보완하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재난지원금 지급, 세금 자동 납부, 디지털 복지 지출 등 구체적 응용 방안에 대해 정부 부처와 협력하고 있다.
다만 프라이버시 문제, 금융기관 역할 변화, 보유 한도 제한 등의 쟁점도 함께 검토되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결론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실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대한민국 통화 시스템의 미래 방향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1~2단계 기술 실험은 CBDC의 발행과 유통, 결제 시스템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민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력 확보와 사용자 경험 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진해 왔다.
향후 CBDC가 실제 상용화되면, 국민은 지폐 없이도 디지털 지갑을 통해 중앙은행 발행 화폐를 직접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존 은행 시스템, 지급 결제 구조, 정책 집행 방식 등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은 현재 CBDC의 안정성과 공공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으며, 무리한 도입보다는 점진적 시범 운영과 사회적 논의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프라이버시 보호와 금융 시스템 안정성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CBDC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국가 화폐 정책을 실현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어떤 기준과 방향으로 이를 이끌어나가는지가 디지털 경제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