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합금

친환경 철강 합금: 수소환원제철과 탄소중립 기술

mincong-news 2025. 9. 24. 20:50

철강 산업은 인류 문명을 지탱한 핵심 산업이지만 동시에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7%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다배출 업종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고로(용광로) 제철은 석탄 기반의 코크스를 사용해 철광석을 환원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자동차, 건설, 조선, 전자 등 모든 산업이 철강에 의존하는 만큼, 철강의 탈탄소화 없이는 전 지구적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친환경 철강 합금: 수소환원제철과 탄소중립

 

이에 따라 최근 철강 업계가 주목하는 기술이 바로 수소환원제철(Hydrogen Reduction Ironmaking)이다.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면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물(H₂O)이 발생하므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한국의 포스코를 비롯한 글로벌 철강 기업들은 이미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친환경 철강 합금 생산과 연계된 기술 혁신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수소환원제철의 원리와 장점,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탄소중립형 철강 합금 개발 동향을 살펴본다.

 

수소환원제철의 원리와 기존 공정의 한계


전통적인 제철법은 철광석(Fe₂O₃)을 코크스로 환원시켜 쇳물을 얻는 방식이다. 이때 탄소가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대량 배출된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 수소를 주입해 산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부산물이 물로 바뀐다. 즉, 기존 공정의 가장 큰 문제였던 탄소 배출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대규모 상용화 단계까지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수소 생산 자체가 아직까지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청정 수소’ 공급망이 충분치 않으며, 수소 환원 반응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고효율 반응로 개발도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SSAB, 일본 JFE, 한국 포스코 등은 이미 수소환원제철 실증 플랜트를 운영하며 기술적 진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친환경 철강 합금 개발과 수소환원제철의 연계


수소환원제철은 단순히 제철 공정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합금강 개발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통적인 코크스 기반 제철은 미량 불순물이 섞이는 경우가 많아, 초고순도 합금 생산에 한계가 있었다. 수소환원제철은 반응 부산물이 물이므로 불순물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어, 더 정밀한 합금 설계가 가능하다. 이는 전기차용 초고장력 강판, 극저온용 고망간강, 해양 구조물용 슈퍼 듀플렉스강 같은 첨단 합금강의 품질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이점을 준다. 또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공정을 통해 생산된 합금강은 ESG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글로벌 탄소중립 경쟁 속 한국 철강의 전략


전 세계 철강사들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럽의 아르셀로미탈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는 수소환원제철 기반 파일럿 플랜트를 운영하며, 스웨덴의 SSAB는 이미 상업용 친환경 철강 생산을 개시했다. 한국의 포스코는 ‘HyREX’라는 독자적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 중으로, 2050년까지 전면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또한 포스코는 친환경 합금강 제품군을 확대해 전기차, 풍력, 수소 인프라 산업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제철 또한 수소 기반 친환경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며, 철강 합금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한국 철강 산업이 단순한 후발주자가 아니라 글로벌 탄소중립 경쟁의 선두 주자로 도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 전망 – 탄소중립 합금강의 산업적 파급력


수소환원제철과 탄소중립 합금강 개발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그 파급력은 단순히 철강 산업 내부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산업 전반에 확산될 것이다. 우선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해 고탄소 철강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공정을 통해 생산된 합금강은 무역 장벽을 피하고 오히려 프리미엄 가격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철강 수출국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친환경 합금강이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적으로는 전기차, 수소 인프라, 해상 풍력, 원자력 발전, 반도체 장비 산업이 가장 먼저 친환경 합금강 수요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기업들은 ESG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공급망 전반에서 친환경 소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추세이며, 에너지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와 해양 구조물에 내식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친환경 합금강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산업은 고순도·저불순물 소재를 선호하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 기반 합금강의 장점이 특히 두드러질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을 지원하는 수소 생산과 저장 기술, 그리고 제철 공정의 디지털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청정 수소 확보를 위한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기술, 대규모 수소 저장과 운송 기술, 그리고 AI 기반 제어 시스템이 결합되면 수소환원제철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안정적인 대량생산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여기에 탄소중립 합금강은 기존 소재보다 불순물이 적고 정밀한 합금 설계가 가능하므로, 항공우주와 군수 산업 같은 초고부가가치 분야로도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철강 합금이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철강은 여전히 세계 인프라와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소재이기 때문에, 누가 먼저 탄소중립 합금강을 상용화하고 글로벌 표준으로 정착시키느냐에 따라 미래 산업 패권이 갈릴 수 있다. 결국 수소환원제철과 친환경 합금강은 단순한 환경 대응 기술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세계 산업 질서를 좌우할 수 있는 전략적 혁신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결론


친환경 철강 합금 개발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전 세계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코크스 기반 제철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며, 이산화탄소 대신 물을 배출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통해 불순물이 적고 정밀한 합금강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자동차·조선·에너지·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합금강의 수요가 급격히 확대될 것이다. 한국의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미 독자 기술과 상용화를 준비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으며, 이는 한국 철강 산업이 탄소중립 시대의 리더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앞으로 친환경 철강 합금은 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자산이다. 수소환원제철과 탄소중립 기술은 단순히 환경 규제 대응을 넘어, 새로운 합금강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철강 산업이 가진 무게감과 전통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경 친화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합금 개발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21세기형 첨단 철강 합금이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