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화폐 시스템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다. 단순한 디지털 결제 수단을 넘어, 국가가 발행하는 디지털 법정화폐로서 기존 금융 인프라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상업은행을 포함한 기존 은행 시스템은 CBDC 도입으로 인해 역할, 수익 모델, 고객 접점 방식까지 구조적인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은행은 현재까지 화폐 유통과 자금중개 기능의 핵심 축이었지만,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직접 국민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 가능해지면서 중개자로서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 이 글에서는 CBDC가 도입되었을 때 상업은행, 투자은행, 지방은행 등 기존 은행들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단순히 기술 변화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생태계 전반의 권한 분산, 역할 재편, 고객 경험 변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주제이다.
CBDC 자동화 화폐로 인한 자금 중개 기능의 약화: ‘중앙은행 ↔ 개인’ 직접 연결 시대
현재의 은행 시스템은 ‘중앙은행 → 시중은행 → 국민’이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 국민은 중앙은행과 직접 거래하지 않고, 시중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화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 구조는 은행이 예금을 받고, 대출을 제공하며, 중간에서 자금을 중개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하지만 CBDC가 도입되면, 중앙은행이 국민 개개인에게 디지털 지갑을 제공하고 직접 통화를 공급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이는 상업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중앙은행과 직접 화폐 송금·지급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이며, 결과적으로 은행의 예금 기능과 자금 중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 형태의 정책 자금을 중앙은행이 직접 국민의 CBDC 지갑으로 지급하면, 상업은행의 중개 과정이 필요 없어지고, 이는 은행의 예금 유치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개자 없는 ‘직접 통화 시스템’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예금 기반 대출 시스템의 변화: 유동성 감소와 대출 재편 가능성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을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그러나 CBDC 도입으로 국민이 예금 대신 CBDC를 직접 보유하는 비중이 높아지면, 은행에 유입되는 자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은행의 대출 가능 자금이 줄어들고, 유동성 리스크가 커진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위기 상황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 시장에 불안이 생기면, 사람들은 은행 예금보다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중앙은행 발행의 CBDC로 자산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디지털 뱅크런(digital bank run)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CBDC 보유 한도 제한, 이자 미지급 설계, 이중계층 구조(two-tier model) 등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이 예금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대출 모델을 개발하거나, 중앙은행과 연계된 대출 시스템으로 구조 전환을 고려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급결제 시장의 경쟁 격화: 은행의 수익 구조 재편 필요
CBDC는 기존의 지급결제 시스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금까지는 신용카드사, 은행, 간편 결제 서비스 등 다양한 중개 기관이 결제 시스템을 장악하고 수수료 기반의 수익을 창출해 왔다. 하지만 CBDC는 송금과 결제를 즉시, 거의 무료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니기 때문에, 은행의 지급결제 수익 모델을 위협한다. 
특히 소액결제나 마이크로페이먼트 분야에서는 은행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기존에 은행이 차지하고 있던 송금 수수료, 해외 결제 수수료, 계좌 이체 수익 등이 줄어들면서, 은행은 신뢰 기반 플랫폼 서비스나 금융 데이터 기반 수익 모델로 전환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은행은 결제 서비스 제공자에서 금융 생태계 플랫폼 제공자로서의 역할 변화가 요구될 수 있으며, 결제 자체보다는 ‘결제를 통한 데이터 분석’ 또는 ‘부가 서비스’에 집중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새로운 역할로의 진화: 금융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
CBDC 시대의 도래는 은행에게 위협만이 아니라 기회이기도 하다. 기존 역할이 약화되는 대신, 새로운 금융 서비스 제공자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은행은 단순한 자금 중개자가 아니라, CBDC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금융 플랫폼 운영자로 변화할 수 있다. 
CBDC 기반의 새로운 금융 상품(예: 자동 세금 납부, 조건부 송금, 디지털 자산 연계 서비스 등)을 개발하거나,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맞춤형 재무 전략을 제안하는 금융 컨설팅 서비스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 결제 시스템, 국제무역 결제 플랫폼, 디지털 자산 보관 서비스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할 수 있다. 
즉, CBDC가 은행의 전통적 수익 모델을 약화시킬 수는 있지만, 동시에 은행이 더 높은 부가가치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디지털 전환 속도와 고객 경험 혁신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결론
CBDC의 도입은 단순한 화폐 형태의 전환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재편을 의미한다. 기존 은행 시스템은 화폐의 유통과 자금의 중개, 결제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국민에게 직접 발행하고 송금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상업은행의 역할은 재정의될 수밖에 없다. 
예금 기반 대출 구조는 약화될 수 있으며, 지급결제 서비스의 수익성은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단지 위협에 그치지 않는다. 은행은 자신들의 역할을 전통적인 자금 유통 채널에서 금융 플랫폼, 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스마트 계약 지원자 등으로 확장함으로써,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은행이 단순히 기존 기능을 유지하려 하기보다는, CBDC 환경에 맞춘 전략적 전환을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도 금융 안정성을 위해 상업은행과의 역할 조정을 고려해야 하며,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금융 생태계의 재구축이 필요하다. 
CBDC는 기존 은행 시스템을 무너뜨릴 기술이 아니라, 은행을 재정의하게 만드는 촉매제다. 은행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디지털 화폐 시대, 은행의 미래는 기술이 아닌 전략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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